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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선 『자책왕』 언리밋에서 산 . 알고보니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강민선 작가님의 신작이다. 일말의 정보없이 소개글만 보고 골랐는데 임시제본소라는 출판소가 강민선 작가님의 일인 출판사였다니! 나는 앞으로 일인출판사의 신작을 두고두고 살 것만 같다. 이번에 출간한 도 재미있었다. 아니 재미있다는 말보단 슬펐다. 은 강민선 작가님의 일기다. 몇월 며칠 그런 일기라서 일기가 아닌, 자전적인 수필로써 한없이 자기 이야기만 하는, 그래서 '자책'-왕인 이야기다. 작가의 유년부터 오늘까지 이어지는 자책담을 읽으면 우울해진다. 그런 우울을 왜 돈주고 사서 굳이 읽냐면, 때로는 타인의 우울이, 그 타성에 젖어서 나를 관조할 때 겁없이 용감해지기는 마음을 얻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번 우울한 사념만 담겨있지도 않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
최진영 외 8명 『가슴 뛰는 소설 』 거시적인 차원에선 이 책이 '사랑' 을 다루는데, 사랑이 이뤄지는 멜랑콜리한 감정만 다루는 게 아니라 부숴지고, 사랑이 없는 빈 공허까지 담고 있어요. 가슴이 뛰는 이유는 사랑의 두근거림을 넘어 불안과 긴장, 분노와 슬픔, 그저 숨을 버끔거릴 때도 두근거리는 현상이지요. 그런 모든 "가슴"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답니다. 특히나 언급한 이지민 작가님의 를 좋아한 이유를 물으신 거라면, 지금 같이 선선한 가을 공기, 건조하지만 그것이 마냥 불쾌하진 않은 계절감으로 다가오는 시간과 겹쳐지는 작품의 공간감과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집에 데려다 주는 행위" 가 남성의 매너로 군림한 통념을 아주 위트있게 전복하며 동시에 인물 스스로 로맨틱한 성숙을 이루었다고 주관적인 감상을 덧..
금정연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금정연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를 읽었다. 제법 긴 호흡으로 천천히 읽어나갔는데, 금주에 일정이 바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완독 목적으로 바삐 읽고 싶지 않았다. 서평가가 서평에 관하여 쓴 글모음은 내게 충분히 매력적인 귀감이었다. 천천히 묵독하는 식으로 곱씹었다. 일주일 정도 걸려 읽어나갔다. 책을 다 읽었을 땐 조금 아쉽기도, 한편으로는 그냥 그런 책이기도 한? 것 같기도 한 게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인 거 같다.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은 주로 서평가 금정연이 읽은 "외국 작품"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물론 "국내 출간" 작품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글감의 대부분은 소위 "고전"과 "베스트셀러", "필독서" 라 불리는 외국서적들이다. 이점은 어떤 독자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나에..
정세랑 <덧니가 보고 싶어> 현 한국문단에서 가장 참신한 발상을 지루하지 않게 전개할 수 있는 만담가라고 소개하고 싶은 소설가. 감히 이렇게 한낱 학부생인 내가 표현하는게 뒤넘스러운 정세랑 작가님의 를 아주 재밌게 읽었다. 는 헤어진 연인인 사이인 사설 경비요원 '용기'와 소설가 '재화' 사이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엮은 장편소설이다. 재화가 용기를 생각하며 쓴 작품의 한 구절은 용기 몸 구석에 타투처럼 나타나며 둘 사이를 연결하게 되고, 이런 기이한 체험과 모종의 사건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길?? (스포방지..) 보다 분량도 서사의 무게도 가벼워서 금방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장편소설이라, 요즘 같이 집에 있으며 지루할 시기 읽기 좋은 책인 거 같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지루한 여백이 긴 시간 이어진다면 분량이 ..
김금희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소설에서 이상이 날자, 날아보자고 한 마지막 대목은 일종의 갱신이었을까. 무참한 패배였을까. 나는 이 일이 있고 나서 어려서부터 가졌던 그 의문을 다시 떠올렸다. 그것은 마치 예상치 못한 혼란이 지나고 난 뒤의 지금의 나처럼 환멸과 분노. 기대와 희망이 뒤섞인 "정오"의 "환란" 같은 상태였겠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은 아침부터 내내 닦아놓은 층계참을 바라보는 내 가족의 자부에서 노동의 자세를 배운다." 좋아하는 작가의 산문은 이따금 삶의 단면을 바다 위 윤슬처럼 반짝반짝 조명한다. 지루한 권태가 제법 그럴싸한 날들로 둔갑하는 언어는 금세 휘발된다. 김금희 작가님의 언어는 담백하다. 어쩌면 지나치게 솔직하다고 느껴졌다. 왜 주위에 그런 사람 본 적 있지 않을까. 너무 착한데, 너무 솔직해서 다가가기 어려..
백수린 <여름의 빌라> 백수린 작가님은 으로 만난 내 최애작가님 중 한 분이다. 이번에 단편소설집을 출간하셨단 소식에 부리나케 구매했다가 밀려들어 오는 업무에 쉬이 읽지 못했던 글들을 최근에 모두 읽었다. 역시나 모든 작품이 좋았다. 내가 느끼는 백수린 작가님의 형태론적인 특징을 꼽자면 1) 이국적인 배경 2) 개인의 좁은 세계의 탈환, 탈피의 메타포 3) 무정(無情)한 문체인 것 같다. 1)번의 경우 이국이 아닌 , -역시 구체적인 국내 지명이 드러나있지는 않지만- 낯섦과 낯익음을 동시에 환기하는 공간성을 가져오는 녹록함이 너무 인상깊었다. 2)번은 평론에서 빌려온 말이다.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인물들이 개인의 외연이든 내면이든 좁은 세계에서 탈환하는 것을 시도 또는 목표로 서사는 나아간다. 이는 3)번과 연결되는데, 한 개..
장보영 <아무튼, 산> 카페에서 앞에서는 대봉이가 작업하고 나는 을 꺼냈다. 한없기 가볍지만 마음에 무언가 따뜻한 열기를 한꺼풀 채워가는 게 시리즈의 매력일까. 은 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작가가 출판사 편집부에 취직해 쳇바퀴같은 삶을 살다 주말에 등산을 시작하게 되면서 에너지를 얻는, 그러면서 산과 사랑에 빠져 '산'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의 책이다. 산(山)사람과 산(生)사람 사이을 농밀히 오가는 작가의 재치가 재미있었다. 내가 조금만 더 산에 관심이 있었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작가가 산에 대한 다른 주제로 책을 또 내주길 바랐다.
박정훈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이 글을 빌어 고해성사하자면, 나는 마초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을 극도로 혐오한다. 남중, 남고, 군대에서 부터 첩첩 쌓아온 혐오감은 극단의 분노로 폭발해왔다. 직접적인 가해를 하진 않았지만 뒤통수를 보며 죽여버리고 싶다고 욕했다. 미안했다 나를 거쳐간 남성들아. 너희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대한의 건아인데. 이 책을 읽고 나의 폭력에 가까운 극단적인 횡포가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이미 이게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에게 페미니즘 책을 좀 읽게 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재밌고 굵직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일종의 반성이다. 그러니까 시중에 나온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쓴 서적들 같이 무언가 어떻게든 규정하려하고, 자신들의 페미니즘 선..
유진목 <연애의 책> 이슬아 작가님의 서평집 를 읽다가 조우한 유진목 시인의 을 대차신청으로 대출해 읽었다. 시집을 완독하는 일이 드문 나는 오랜만에 끝까지, 깊은 마음으로 읽은 시집이라 이렇게 글을 남긴다. 필사를 하고, 묵독을 해보고, 낭독을 하고, 울다가 너무 좋아 이렇게 활자로 남기는 낯선 마음이 이 시집을 읽는 내내 울렁였다. 미경에게 햇빛이 거미줄처럼 하얗게 투시되고 마당에서는 새로운 생명의 전주곡이 울려 퍼지고 있어 또 다시 맞는 새로운 하루가 달아날 기미를 보이는 이 아침 미경도 생기 넘치는 아침을 맞이하겠지 대천에 있는지 서울에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편지도 못하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27일에 우리 집으로 오렴 정인이랑 정희는 일요일엔 항상 만나고 있어 그날 덕수궁 미전을 관람하기로 했단다 ..
김하나 <말하기를 말하기>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은 말을 할 수 없기에 찾아온다. 의미와 경계. 한 줌 언어의 납작한 정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침묵이 촘촘히 들어찬다. 저 낮은 곳에서부터 침묵은 마침내 흐르기 시작한다." 평소 이동 중에 나는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다. 주로 책과 관련해서 듣는데 꾸준히 듣는 구독은 김겨울의 , 김하나, 오은 , 격주 일요일마다 김이나 를 듣는다. 팟빵 어플로 다시듣기를 하기 때문에 음악 저작권으로 굳이 라디오로 들으려고 하지 않고, 오디오북이나 낭독은 자기 전 고요한 상태에서 집중해서 듣기에 대중교통에서는 듣지 않는다. 김하나 작가님은 으로 알게 됐으며 이 책은 나와 대봉이가 알고 있는 한 블로거 분이 책에 나왔다길래 알게됐다. '누룽지 총각' 으로 등장한 그 분인데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