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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

금정연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금정연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를 읽었다. 제법 긴 호흡으로 천천히 읽어나갔는데, 금주에 일정이 바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완독 목적으로 바삐 읽고 싶지 않았다. 서평가가 서평에 관하여 쓴 글모음은 내게 충분히 매력적인 귀감이었다. 천천히 묵독하는 식으로 곱씹었다. 일주일 정도 걸려 읽어나갔다. 책을 다 읽었을 땐 조금 아쉽기도, 한편으로는 그냥 그런 책이기도 한? 것 같기도 한 게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인 거 같다.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은 주로 서평가 금정연이 읽은 "외국 작품"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물론 "국내 출간" 작품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글감의 대부분은 소위 "고전"과 "베스트셀러", "필독서" 라 불리는 외국서적들이다. 이점은 어떤 독자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나에게도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아닌데 재미도 없었다. 지극히 내 독서 취향이 한국문학에 편중한 편식을 저자가 고려할 당위는 없지만, 어쩌면 이슬아 작가님이 서평으로 쓴 금정연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이 더 좋았던 이유가 아마 한글을 잘 활용하는 작가의 문장에서 오는 농담(濃淡)과 몽글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달리 이밖에 형용할 수 없다! 부디 공감해주세요.) 금정연 작가님 역시 맵시있는 글을 쓰셨지만 단지 내 글맛에 맞지 않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좋은 구절은 역시나 있어서 조심히 필사를 해본다.

 

"나는 종종(실은 자주) 나를 믿지 못하고 그건 내가 쓰는 글을 믿지 못한다는 말이다." (중략) "우리는 행복한 시지프를 마음속에 그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금정연, 어크로스, 2017, p. 48] 

 

 "하지만 진정성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허무한 삶에 의미를 되돌려줄 '최종 해결책'으로서의 진정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그것은 진정성 추구가 지위 경쟁의 한 형태이며 과시용 소비와 과거로의 회귀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고투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도리어 악화시킨다."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금정연, 어크로스, 2017, p. 183] 

 

 "책과 나의 관계를 한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책은 내게 단지 밥벌이에 불과한가? 아마도,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엔 얽혀 있는 감정의 역사가 너무 깊었다. 그렇다면 여전히 책을 좋아한다고, 나아가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하지만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당신이 직장도, 사업장도 없는 자유기고가라면 더더욱. 말하자면 책과 나는 생활과 감정의 틈새에 끼인 채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고, 그건 제법 지치는 일이었다."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금정연, 어크로스, 2017, p. 189] 

 "창밖에는 올겨울의 첫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따. 아직도 내겐 도망쳐야 할 거리가 남아 있는 모양이라고, 써야할 서평이, 글들이 좀 더 남은 모양이라고."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금정연, 어크로스, 2017, p.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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