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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16- 행복은 케이크 행복은 케이크 조각난 진심 부서지기 쉬운 소용 부드러운 무너짐
습작 15- 뻣뻣해지는 뻣뻣해지는 단순한 진심과 복잡한 거짓에 한국인과 일본인 한국계 미국인 아! 애매해라 혈액과 와인 치명적인 독 모두 익을수록 뻣뻣해지는 것들 건방져지는 것들 고개 숙이며 생의 종언을 환영하는 달
습작 14-뉴턴의 사과 뉴턴의 사과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 열 개의 사과 스무 개의 사과 씨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사과 씨가 땅에 떨어져 싹이 나면 두 개의 잎 열 여덟 개의 이파리 그러다가 그러다가 ...
습작 13-잠수함 잠수함 계속해서 잠수함이 흔들린다 심해에도 파랑과 파도의 포말이 존재하고 사람들의 움직임이란 너풀거려서 따개비의 이불이 된다 따닥 따닥 잠수함의 생을 좀먹는 천박한 생명체여 가라 앉을 수록 꼬르륵.. 고독이 먹먹해서 눈 뜨고 코 베이고 귀 먹은 심해 한복판 침전하는 개인은 침몰하고 한낮의 서울 300원짜리 잠수함
습작 12-쥐며느리 쥐며느리 아이들은 제 이름 뒤에충(蟲)을 덕지덕지 붙였다.급식-충… 문과-충… 벌레의 집단의식콩벌레를 닮은쥐며느리가 학교에 나와 수업을 듣고 쥐 부인도 쥐 아내도 아닌쥐며느리가 시어머니도 없이잔뜩 몸을 웅크리며 서러워 울고야 마는데 그해 모든 생명의 꼬리엔나풀거리는 이름값이 달렸다.저벅저벅하교하는 벌레들…
습작 11-신호등이 점멸한다 신호등이 점멸한다 21세기 고양이를 찾습니다보드라운 털 둥글한 엉덩이와 코 쥐는 못 잡구요 이름은 몰라요 아마도 야옹이…이곳이 고향입니다 1868년 신호등이 데뷔했다.고양이는 번쩍거리는 불빛을 보며 생애 처음 나비 꿈을 꾸고그것이 감히 안전하다고 착각하여함부로 야옹 어리석게 야옹 인류는 붉은 광휘를 발명하고객사에 둔감하지 말기로 합의했다.죽음을 비추는 불빛이 길 위를 수놓으며 이제서야 도로 위에서 부끄럽게 죽지 말자고 서로를 다독였겠지 부끄럽게 죽어버린 존재가 일차선에 裸身으로 대놓고 서 있는데 점멸하는 신호등 불빛은 건방지게 왈츠를 추고 야옹 야옹 전멸하는 생의 외침
습작 10-새해 새해 베란다 실외기 모서리 끝에 누군가 둥지를 트고 있어 까막까치도 집을 샀대요. 왱왱 시끄럽게 돌아가는 굉음 사람이 뿜는 마찰음과 파찰음 참새가 없어진 방앗간을 찾다 죽어서 짹- 소리를 냈다. 까치야 네 설날은 어저께였다지? 참새야 황새 쫓다 가랑이 찢어질라 날지도 못하는 닭은 어떻게 십이간지가 되었니? 올해는 까마귀와 제비 사이에서 헷갈리지 않을게 다정하고 무정한 안부의 신년사. 시트러스 향 자음 쇼팽의 모음 따뜻해진 기류는 철새를 간지럽히고 새해는 새만이 듣는 해.
습작 9-물 위에 수놓은 언어 물 위에 수놓은 언어 유리알 거짓말을 명조체가 아니라 고딕체로 썼다 21세기의 모험 조판의 세계 가름끈은 어디에 둘까? 아버지는 내 이름을 모르고 맴맴
습작 8-지구는 70%의 슬픔과 30%의 부조리로 구성됐다 지구는 70%의 슬픔과 30%의 부조리로 구성됐다 어찌됐든 우리는 한 번의 제대로 된 선택으로 지구에 빌어먹고 살고 있다 아주 운 좋은 행복과 거대한 울음 사이 방랑자 지구는 70%의 슬픔과 30%의 부조리로 구성됐다 내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삼면이 슬픔으로 둘러 쌓였는데 엄밀하게 말해 그것은 연민과 고독, 수치심이지 나는 어릴 때부터 수치심과 가까운 지방에 태어났다 낯 부끄러운 줄 모르고 관용과 은유를 잃어버렸다 공든 탑이면 항상 무너졌다 하위 주체는 재현될 수 없다
습작 7-강아지에게 강아지에게 멍멍 왈왈 낑낑 깽깽 바우와우 독독 킁킁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하루를 기다리는 많은 울음 진동으로 쓰는 편지가 들린다 잉잉 크게 소리 내어 울게 엉엉 흑흑 앙앙 다양한 울음을 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