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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23 - 참을 인 티비에서 선생님이 말하길 인간이 화를 낼 때는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도파민은 행복 도파민은 중독 그러니까 화를 자꾸 내버릇하면 정말 화날 일 밖에 안 생기고 지금보다 열렬히 화를 내고 사람을 미워하고 사람을 싫어해야 비로소 내가 행복해진다고 한다 아! 참을 인 세 번을 쓰는 시간 그 잠깐의 시간에서 도파민으로부터 도망치자 행복은 중독 행복은 중독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도 중독인 거다 오늘 나는 화가 났다 忍 ... 忍... 刀에서 흔들리는 마음 굳이 자신의 선택을 증명하기 위해 애꿎은 꽃을 꺾어 이파리를 떼는 못된 마음처럼 心이 사라졌다
습작 22 - 글씨를 쓸 때 글씨를 쓸 때 고개를 쭉 빼거나 승모근에 힘을 바짝 준다 중지 손톱의 거칠한 살이 짓눌려질 만큼 펜을 꽉 쥐고 쓴 글씨 자음보다 모음 획이 길고 곧은 내 필체 뒷통수가 짜르르르 아파와 고개를 뒤로 젖히면 뚜두둑 또각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무엇을 말하려고 아등바등 바짝 긴장했을까?
초여름이 왔다. 며칠 사이 봄을 끝내는 비가 주르륵 내렸다. 비 오는 날은 그날이기에 좋은 거 같다. 빗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온몸을 던져 비를 흠뻑 맞지도 않지만... 나는 비 오는 걸 좋아한다. 황인숙 시인의 또는 장수진 시인의 같은 시를 만나게 하니까. 그래도 어제는 날씨가 쨍하게 맑았다. 초여름에서 이제 여름이 된 것만 같은 더움. 바삭하게 따뜻한 날씨었다. 6월은 보통 무언가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물론 이 역시 대학생의 생활에 한정해서 말하는 것이지만. 종강을 앞두고 미룬 일과 연구를 성급히 맺어야 해서 요즘 정말 말도 못하게 바쁘다. 바쁘다라는 표현이 괜시리 쑥스러워서 자못 안 쓰는데, 그래도 요즈음의 나는 정말 바쁘다. 내가 마감해야 하는 일들은 아래와 같다. 1. 현대소설론 2차 발표문 2. 문예창작론 단..
0526) 여름이다! 나는 지금의 날씨를 좋아한다. 땀이 살짝 나는 더위와 초록색을 마주하는 시기. 초여름이라고 부르는 오늘을 최대한 길게 보고 싶다. 문예창작론 수업으로 개인마다 단편소설을 제출해야 한다. 아, 무엇을 쓰지? 최근 읽음으로써 채운 게 없으니 상상력의 곳간이 텅텅 비었다. 마이너스 통장이다. 읽어야 하는데.. 물리적인 체력과 시간 앞에서 자꾸 손 쉽게 집중시키는 스마트폰 앞에서 기웃거린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을 삭제했다. 게임은 사치다...
0504) 내일은 어린이날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만 연거푸 했다. 문장도 도구라 쓰지 않으면 결국 녹슬고 만다. 벼리고 깨끗이 닦는 마음으로 일기를 써야지. 주먹을 쥐고 다짐했건만 나는 어제까지 너무 바빠서 일기를 쓸 엄두조차 못 냈다. 일기를 일기장에 쓰려고 했다. 근데 논문 때문에 볼펜과 형광펜을 쥐며 깨금발을 드는 내 일상을 또 중지가 아리도록 쓰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타이핑으로 무마해본다. 일기를 쓸 땐 최대한 문장을 간결하게 써 볼 예정이다. 간결한 문장, 쉬운 단어로 일상을 기록해야지. 오늘은 비가 쏟아진 하루였다. 예린이와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 길에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 운전하기 무서웠다. 보통 나는 최대한 집에 일찍 도착하고 싶어 빨리 가고자 노력한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결말처럼 되고 싶지 않아 안전하게 2차선을..
습작 21 가재 가재 단단한 집게손으로 무엇을 지키는 가재 보글보글 글씨를 낳고 있다 생각을 잉태한 생물 석류처럼 단단한 겉껍질 가제를 지어보자 손은 한 마리 가재...
습작 20 유적지 유적지 나는 오늘 유적지에 갔다 세 번째 기로에만 조그맣게 선 무덤 굳은 삶이 오길 기다리는 곳 성 끝에 걸린 연 하나 샛분홍 창공의 유일한 티끌이 되어 따끔, 따끔, 반짝이는 곳 혈관처럼 모인 실개천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강 수로를 따라 내일을 기대하는 곳 나는 내일도 유적지에 간다
습작 19 손 손 번역 손이 날개를 퍼덕이며 훈계한다 오선지와 음표, 둘 다 화해해! 비틀거리며 걷는 손은 술에, 부끄러움에 잔뜩 취했다 오늘 내가 만난 최초의 낭만이다
습작 18 - 미안한 마음으로 쓴 사전 미안한 마음으로 쓴 사전 미안한 사람과 잘못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사전은 지나치게 얇아서 아쉬운 마음에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번역하기로 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육하원칙을 따지는 게 너무 잔인해서 곤혹하게 눈물이 나고 섭섭한 마음에 연거푸 커피만 홀짝였다. 사전에 커피를 홀짝이다. 밖에 정의되지 못한 사람처럼.
습작 17. 신-인류 신-인류 신인류 1. 경제적인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 소비 성향과 자기주장이 강하며 기성의 가치와 질서를 부정하고, 현실의 즐거움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젊은 세대. 신인류 2. 일본의 경제적 성공을 배경으로 등장한 세대로서 개인주의적이면서도 국수주의적인 성격을 띤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데 소비 성향과 자기주장은 강하고 기성의 담론은 너무 싫은 나를 설명할 단어가 부재해서 정처없이 겉도는 바람부는 오후. 자존감은 낮고 자신감은 넘쳐서 손 벌릴 일은 많은데 돈은 없어요. 매사 돈 많은 사람이랑 결혼해야겠다 하지만 그 문장은 알고 있지요. 나는 다음 생에도 돈 많은 사람과 연락 조차 나눌 수 없는 아주 보통의 삶을 지독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지독하게 지리멸렬하게 지루하게 지난하게 지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