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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초여름이 오기 전 은주에게 선물받은 책을 한여름에 읽었다. 이렇게 늦게 읽을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는 벗이 선물해서 아껴 읽고 싶었다. 은주는 을 선물해준 내 독서인생의 귀인이다. 어쩌면 가장 내 취향을 잘 알 벗인 은주에게 이 글로 다시금 고맙단 말을 전한다. 이슬아 작가님의 는 서평집이다. 작가님이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연결지어 쓴 글모음이다. 그래서 여타의 서평집보다 말랑말랑하고 개성있다. "양다솔은 종종 그런 말을 했다. 자기가 가만히 있으면 얼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자기에게 말을 걸거나 다가오거나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이 자동으로 등장하는 일은 세상에 없다고." "(중략) 그런 점에서 모든 글은 필연적으로 픽션일 수밖..
그랜트 스나이더 <책 좀 빌려줄래?> 겨울서점님 인스타그램 (@writerwinter)에서 진행했던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돼 받게된 그랜트 스나이터의 를 읽었습니다. 겨울님께서 "애서가들의 힐랭책" 으로 추천하셨는데 정말 그 표현이 적격이더라구요. 읽는 내내 책을 사랑하는 저자의 따뜻한 애정을 느꼈습니다. 한편 제가 '애서가' 인지 고민해보게 된 책이었습니다. '애서가' 가 별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무엇을 사랑하는 일을 가벼운 마음으로 치부하고 싶지 않고 싶어요. 좀 더 깊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윌북(@willbook_pub) 측에서도 이벤트 진행 관련해서 친절하게 응대해주셨습니다. 곧 책을 전하는 일에 기분 좋은 환함을 받았습니다. 좋은 출판사라고 단번에 느꼈습니다. 윌북의 안녕도 같이 바라겠습니다. 책에서 가장 공감된 구절이었습니다. "아..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중략) 부모가 우는 걸 보는 것은 정말로 무섭지. 어른들이 유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로 무서워...... 그 생각을 하다가 화수와 우윤을 보니 둘 다 비슷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했다. 말해지지 않는 것들로 우리는 연결되어 있지. 이럴 때는 무척 가족 같군. 세 사람은 그렇게 눈빛을 주고받았다." [, 정세랑, 2020, 문학동네, p. 297]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 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 정세랑, 2020, 문학동네, p. 331] 는 문학동네 웹진 "주간 문학동네"의 창간을 알게..
요조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떡볶이』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떡볶이를 다룬 책. 떡볶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딱히 싫어하는 사람 없는 둥글둥글한 음식. 이 책의 첫인상은 떡볶이와 닮았다. 둥글둥글. 버스에서, 기차에서 후다닥 읽으려고 들고 온 책인데 읽는 내내 펑펑 울었다. 나와 닮은 문장 앞에 서서 멀리서 비추고 있는 저 몸짓이 서글펐다. 이 마음이 슬픔일까. 슬픔과 감동 사이를 오고 가는 묘한 감정이 왈칵 쏟아졌다. 울렁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옆에 앉았던 엄마의 손을 꼭 쥔 채로 눈물을 참느라 애썼다. "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다지 훌륭하지 않더라고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사십 년 ..
이수희 <동생이 생기는 기분> 민음사 TV를 열심히 보는 구독자로서 『동생이 생기는 기분』의 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후루룩 읽었는데 꽤나 울림이 커 이렇게 또 기록을 한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은 이수희 작가님과 10년 터울인 동생 이수진 님의 이야기를 엮은 만화다. 나처럼 나이 터울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더 큰 공감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읽는 내내 누나들의 얼굴을 대입해 읽었다. 이 책 자체애 대해 얘기하고 싶은 점은 작가가 자신과 동생의 관계를 "친구같은 사이좋은 남매"로 규정하는 걸 거부하는 게 인상 깊었다. 가족 일은 정말 가까운 사이 아니고서야 (가까운 사이여도) 털어놓기 힘든데,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분명하게도 그러한 용기가 주는 감동과 현실..
김영화 만화, 김정선 원작 <만화 동사의 맛> 나는 김정선 작가님의 『제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읽고 꽤나0 큰 충격을 받았었다. 교정 교열 프리랜서로 활동한 저자의 통찰은 "적의를 보이는 것들"에 의식하게 만들며 나의 언어생활을 뒤바꿔 놓았다. 이번에 읽은 '만화『동사의 맛』'은 김정선 작가님의 『동사의 맛』을 원작으로 김영화 만화가님께서 다듬은 작품이다. 이번에도 역시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중고 서점에서 구매한 이 책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사실 동사를 공부하려고 산 책인데, 공부를 위해 이 책을 고민하는 독자는 김정선 작가님의 원작이 더 도움이 될 거 같다. 만화는 원작의 인물에 양감을 더해 더 몰입하게 하면서 동사의 결까지 챙기는? 어쨌든 두 작품 모두 좋다. 사실 원작을 안 읽어봤지만 당연히 좋을 거라 감히 확신한다. '해찰하다..
박민정 <미스 플라이트> 이 책을 읽는 내내 고등학교 때 어름어름 아는 애가 생각났다. 내가 살고 있는 진해는 군사도시다. 군인이 도시의 자산이자 주축인, 도시가 아닌 일종의 주둔지다. 나의 부모님은 머리에 계급을 달지 않고 살았기에 아버지가 어디서 근무하는 누군지는 중요치 않았다. 고등학교 삼학년, 교무실에서 수시 상담을 받을 때였다. 담임선생님과 전략을 도모하는 가운데 당시 특별반 (성적 우수 학생들만 모아 3년 내내 운영한 이과반) 학생인 A도 함께 상담을 받았다. 한참을 심각한 얼굴로 말 하전 A와 A의 담임 사이 말이 끝난 뒤, 멀쓱하게 차려입은 A 부모님이 오셨다. A 아빠는 해군 스타였고 전용 차와 기사가 있는, 해군 아파트에서 가장 높은 층에 살게 만든 그런 사람이었다. 옥신각신 부모님과 상담을 마치는 와중에 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