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책

(21)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교수의 에서 '환대'는 '우호'(友好, hospitality)로 번역된다. 저자는 본고에서 인간과 사람, 장소와 사회, 의례와 환대를 엄밀하게 구분한다. 포유류과 동물로써 존재하는 타자는 인간이고, 사회에 공존하는 '우리'는 사람이다. 장소와 사회 개념 또한 불완전한 것으로 누군가에겐 계약에 따른 또는 천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집단 내 사람들의 상호작용인 '의례'는 긍정적으로 '환대'를 지향해야하며, 환대란 무엇인지는 본고에 다양한 예시로 나타난다. 저자가 설명한 비유를 빌려 쓰자면, 내가 지각하고 있는 저 사람은 그림자다. 온전히 감각하고, 인식하는 '대상'이 될 수 없는 추상의 존재. 빛에 굴절돼 그려진 그림자만 보고 전체를 가늠한다. 그 과정에서 오류(모욕과 전투)가 발생하고 서로의 명예가..
이슬아 『부지런한 사랑』 행복과 슬픔은 바로 맞닿은 기분이라는 것. 습자지 한 장만큼의 두께로 서로 "사맛디 아니"한다. 동시에 성립되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는 실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심지어 충돌하지 않고 서로 잘 통한다. 행복하면서 슬픈 존재. 유약한 인간. 약한 내가 너를 지켜주고, 악한 사람에게서 너가 나를 지켜줘야 할 부지런한 사랑을 이 책을 읽는 내내 해봤다. 사랑의 속성은 끝없이 부지런함. 근면함에 있다는 것을.
유진목 <작가의 탄생> 1. 서론 고등교육 과정 중 시-문학 교육 본질의 존재론적 가치 논의는 오래도록 논의되어온 연구 주제이자, 교육, 문학, 사회 등 다양한 학문의 영역이 참여하여 비판적 인식을 쏟는 의식이다. 시를 교육하는 문제의 주된 논의는 '시 감상의 주체가 해석의 자율성'이다. 시 감상은 주관에 기댄 서정과 만나 달라지는 언어 놀이적인 장르로 독자에게 닿기 전 텍스트는 해석은 주관에 기댄 서정에 따라 달라지는 질료 質料로 존재한다. 시-교육이란 교육 이데올로기와 계급 주체의 문식성이 결합한 형태로, 한국-현대-시는 정답을 위한, 목적론적인 태도로 독자와 만나왔다. 시-교육의 한계를 우리는 알고 있고, 그것이 가져올 시의 문학적 경화 硬化를 걱정한다. 전문가는 많은 지적을 뱉어 실천적인 담론을 조성해왔지만, 한국 교실..
강윤정 『문학책 만드는 법』 편집자 K이자 나의 롤모델인 편집자이자 이번엔 작가인 '강윤정'님이 유유 출판사 땅콩 문고와 함께 을 출간했다. 문학동네 편집자인 그가 유유 출판사에서 자신의 이력과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것이 처음엔 의아했으나, 나는 텀블벅에 후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문은 결제만 미진하게 남길뿐, 강윤정 작가님 - 이번 글에선 편집자님이 아닌 작가님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의 책에 언급된 노하우는 실은 유튜브에서도 대략 언급하신 내용이다. 물론 책에 더 자세히, 꼼꼼히,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영상과 책으로 작가님과 편집자 담론을 주고 받으며, 내가 '편집자'가 될 깜냥이 될까, 자문해보았다. 물론 하나의 목표와 지향을 떠올릴 땐, 그것이 무엇이든 과정은 항상 고통스럽다. 언제나 지리멸렬하고, 할 수 있을지 떨리지..
강민선 『자책왕』 언리밋에서 산 . 알고보니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강민선 작가님의 신작이다. 일말의 정보없이 소개글만 보고 골랐는데 임시제본소라는 출판소가 강민선 작가님의 일인 출판사였다니! 나는 앞으로 일인출판사의 신작을 두고두고 살 것만 같다. 이번에 출간한 도 재미있었다. 아니 재미있다는 말보단 슬펐다. 은 강민선 작가님의 일기다. 몇월 며칠 그런 일기라서 일기가 아닌, 자전적인 수필로써 한없이 자기 이야기만 하는, 그래서 '자책'-왕인 이야기다. 작가의 유년부터 오늘까지 이어지는 자책담을 읽으면 우울해진다. 그런 우울을 왜 돈주고 사서 굳이 읽냐면, 때로는 타인의 우울이, 그 타성에 젖어서 나를 관조할 때 겁없이 용감해지기는 마음을 얻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번 우울한 사념만 담겨있지도 않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
최진영 외 8명 『가슴 뛰는 소설 』 거시적인 차원에선 이 책이 '사랑' 을 다루는데, 사랑이 이뤄지는 멜랑콜리한 감정만 다루는 게 아니라 부숴지고, 사랑이 없는 빈 공허까지 담고 있어요. 가슴이 뛰는 이유는 사랑의 두근거림을 넘어 불안과 긴장, 분노와 슬픔, 그저 숨을 버끔거릴 때도 두근거리는 현상이지요. 그런 모든 "가슴"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답니다. 특히나 언급한 이지민 작가님의 를 좋아한 이유를 물으신 거라면, 지금 같이 선선한 가을 공기, 건조하지만 그것이 마냥 불쾌하진 않은 계절감으로 다가오는 시간과 겹쳐지는 작품의 공간감과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집에 데려다 주는 행위" 가 남성의 매너로 군림한 통념을 아주 위트있게 전복하며 동시에 인물 스스로 로맨틱한 성숙을 이루었다고 주관적인 감상을 덧..
금정연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금정연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를 읽었다. 제법 긴 호흡으로 천천히 읽어나갔는데, 금주에 일정이 바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완독 목적으로 바삐 읽고 싶지 않았다. 서평가가 서평에 관하여 쓴 글모음은 내게 충분히 매력적인 귀감이었다. 천천히 묵독하는 식으로 곱씹었다. 일주일 정도 걸려 읽어나갔다. 책을 다 읽었을 땐 조금 아쉽기도, 한편으로는 그냥 그런 책이기도 한? 것 같기도 한 게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인 거 같다.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은 주로 서평가 금정연이 읽은 "외국 작품"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물론 "국내 출간" 작품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글감의 대부분은 소위 "고전"과 "베스트셀러", "필독서" 라 불리는 외국서적들이다. 이점은 어떤 독자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나에..
정세랑 <덧니가 보고 싶어> 현 한국문단에서 가장 참신한 발상을 지루하지 않게 전개할 수 있는 만담가라고 소개하고 싶은 소설가. 감히 이렇게 한낱 학부생인 내가 표현하는게 뒤넘스러운 정세랑 작가님의 를 아주 재밌게 읽었다. 는 헤어진 연인인 사이인 사설 경비요원 '용기'와 소설가 '재화' 사이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엮은 장편소설이다. 재화가 용기를 생각하며 쓴 작품의 한 구절은 용기 몸 구석에 타투처럼 나타나며 둘 사이를 연결하게 되고, 이런 기이한 체험과 모종의 사건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길?? (스포방지..) 보다 분량도 서사의 무게도 가벼워서 금방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장편소설이라, 요즘 같이 집에 있으며 지루할 시기 읽기 좋은 책인 거 같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지루한 여백이 긴 시간 이어진다면 분량이 ..
김금희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소설에서 이상이 날자, 날아보자고 한 마지막 대목은 일종의 갱신이었을까. 무참한 패배였을까. 나는 이 일이 있고 나서 어려서부터 가졌던 그 의문을 다시 떠올렸다. 그것은 마치 예상치 못한 혼란이 지나고 난 뒤의 지금의 나처럼 환멸과 분노. 기대와 희망이 뒤섞인 "정오"의 "환란" 같은 상태였겠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은 아침부터 내내 닦아놓은 층계참을 바라보는 내 가족의 자부에서 노동의 자세를 배운다." 좋아하는 작가의 산문은 이따금 삶의 단면을 바다 위 윤슬처럼 반짝반짝 조명한다. 지루한 권태가 제법 그럴싸한 날들로 둔갑하는 언어는 금세 휘발된다. 김금희 작가님의 언어는 담백하다. 어쩌면 지나치게 솔직하다고 느껴졌다. 왜 주위에 그런 사람 본 적 있지 않을까. 너무 착한데, 너무 솔직해서 다가가기 어려..
백수린 <여름의 빌라> 백수린 작가님은 으로 만난 내 최애작가님 중 한 분이다. 이번에 단편소설집을 출간하셨단 소식에 부리나케 구매했다가 밀려들어 오는 업무에 쉬이 읽지 못했던 글들을 최근에 모두 읽었다. 역시나 모든 작품이 좋았다. 내가 느끼는 백수린 작가님의 형태론적인 특징을 꼽자면 1) 이국적인 배경 2) 개인의 좁은 세계의 탈환, 탈피의 메타포 3) 무정(無情)한 문체인 것 같다. 1)번의 경우 이국이 아닌 , -역시 구체적인 국내 지명이 드러나있지는 않지만- 낯섦과 낯익음을 동시에 환기하는 공간성을 가져오는 녹록함이 너무 인상깊었다. 2)번은 평론에서 빌려온 말이다.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인물들이 개인의 외연이든 내면이든 좁은 세계에서 탈환하는 것을 시도 또는 목표로 서사는 나아간다. 이는 3)번과 연결되는데, 한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