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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

백수린 <여름의 빌라>

[<여름의 빌라>, 백수린, 문학동네, 2020, p. 201]
[<여름의 빌라>, 백수린, 문학동네, 2020, p. 165]


백수린 작가님은 <시간의 궤적>으로 만난 내 최애작가님 중 한 분이다. 이번에 단편소설집을 출간하셨단 소식에 부리나케 구매했다가 밀려들어 오는 업무에 쉬이 읽지 못했던 글들을 최근에 모두 읽었다.
역시나 모든 작품이 좋았다. 내가 느끼는 백수린 작가님의 형태론적인 특징을 꼽자면 1) 이국적인 배경 2) 개인의 좁은 세계의 탈환, 탈피의 메타포 3) 무정(無情)한 문체인 것 같다.
1)번의 경우 이국이 아닌 <고요한 사건>, <아주 잠깐 동안에> -역시 구체적인 국내 지명이 드러나있지는 않지만- 낯섦과 낯익음을 동시에 환기하는 공간성을 가져오는 녹록함이 너무 인상깊었다.
2)번은 평론에서 빌려온 말이다.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인물들이 개인의 외연이든 내면이든 좁은 세계에서 탈환하는 것을 시도 또는 목표로 서사는 나아간다. 이는 3)번과 연결되는데, 한 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서사와 그것을 수반하는 문체이다 보니 다른 인물들의 날선 갈등과 넘치는 사랑을 담아내는 애정어린 문체가 아닌 좀 더 담담하고 무정한 문체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렇게 비평하는 글로 <여름의 빌라>를 말하고 있지만 실은 엊그제 이 책에 대해 헌사하는 글을 왓챠에 남겼다. 이 책을 읽은 벗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밑줄을 남겼고, 서로의 좋은 문장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꼭 가질 수 있는. 그런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꿈을 꾸었다. 백수린 작가님의 앞으로의 작품 역시 생각만으로도 발갛게 마음이 부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