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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

강민선 『자책왕』

 

  언리밋에서 산 <자책왕>. 알고보니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강민선 작가님의 신작이다. 일말의 정보없이 소개글만 보고 골랐는데 임시제본소라는 출판소가 강민선 작가님의 일인 출판사였다니! 나는 앞으로 일인출판사의 신작을 두고두고 살 것만 같다. 이번에 출간한 <자책왕>도 재미있었다. 아니 재미있다는 말보단 슬펐다. 

 <자책왕>은 강민선 작가님의 일기다. 몇월 며칠 그런 일기라서 일기가 아닌, 자전적인 수필로써 한없이 자기 이야기만 하는, 그래서 '자책'-왕인 이야기다. 작가의 유년부터 오늘까지 이어지는 자책담을 읽으면 우울해진다. 그런 우울을 왜 돈주고 사서 굳이 읽냐면, 때로는 타인의 우울이, 그 타성에 젖어서 나를 관조할 때 겁없이 용감해지기는 마음을 얻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번 우울한 사념만 담겨있지도 않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신이 기억하는 첫 건축과 관련한 책을 읽고 작가가 태어난 생가를 더듬으며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일화다. 단순히 태어난 자취를 짚어가는 게 아니라, 한 권의 책이 사람의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은 사람의 사고와, 가치에 작용하고 미치는 범주는 얼만큼인지 알 수 있었던. 소중하고 애틋한 수필이었다. 감히 따라할 수 없었기에 아껴 읽었다.

   이 책은 독립출판물이다. 물론 강민선 작가님의 글에 따르면, 언제든 출판 시장에서 보일 책일 수도 있겠다. 강민선 작가님이 글밥을 먹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강민선 작가님 뿐만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세상에 지치고, 고민이 생길 땐 책 앞에 서는 사람들이, 책으로 돈을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돈이 많지는 않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