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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보승이가 선물한 책.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문학과지성사, 2015, p.131.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문학과지성사, 2015, p.133.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문학과지성사, 2015, p.213.


김현경 교수의 <사람, 장소, 환대> 에서 '환대'는 '우호'(友好, hospitality)로 번역된다. 저자는 본고에서 인간과 사람, 장소와 사회, 의례와 환대를 엄밀하게 구분한다. 포유류과 동물로써 존재하는 타자는 인간이고, 사회에 공존하는 '우리'는 사람이다. 장소와 사회 개념 또한 불완전한 것으로 누군가에겐 계약에 따른 또는 천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집단 내 사람들의 상호작용인 '의례'는 긍정적으로 '환대'를 지향해야하며, 환대란 무엇인지는 본고에 다양한 예시로 나타난다.

저자가 설명한 비유를 빌려 쓰자면, 내가 지각하고 있는 저 사람은 그림자다. 온전히 감각하고, 인식하는 '대상'이 될 수 없는 추상의 존재. 빛에 굴절돼 그려진 그림자만 보고 전체를 가늠한다. 그 과정에서 오류(모욕과 전투)가 발생하고 서로의 명예가 실추하게 된다. 즉, 우리들은 그림자 놀이처럼 사회에서 연기하는 타자에 불과하다. 우리의 페르소나는 나비 또는 코끼리가 될 수 있다. 빛이 없으면 우리는 사멸한다. 빛은 무엇일까. 사람이 사회에서 '사람답게' 존재하게 하는 물자체(빛)는 무엇일까. 이러한 본고의 논리는 칸트의 인식론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빛이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 없지만 반드시 정의돼야 하기에 유아론 唯我論에 빠진다. 이 책이 피상적이라는 의견은 아마 이러한 논지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어렵다. 어렵지만 깊다. 생각의 물꼬를 물고, 내 생활의 영역을 아주 낯설게 만들었다. 형법(법은 복수가 아니다.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형법의 판정은 가해자의 이익 여부 기준에 준한다는 시각을 알았다.), "나이주의"(나이로 관계의 우열을 나누는 문화를 저속하다고 나누지만, 결국 나이만큼 사람이 공평하게 가지는 게 무엇인가? 개인이 가진 능력과 재화로 우열을 나누면 자신의 층위가 높다고 자신할 수 있나? 이 책을 읽고 나이주의를 긍정하기 시작했다.)에 대해 다시금 재구성 해볼 수 있었다.

분명 진입장벽이 높은 책이다. 그렇지만 도전해볼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이라면 집중을 전제했을 때 충분히 읽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생이 아니라도!!) 낯선 철학자의 이름이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밑줄 그어가며 읽길.. 이 책은 전적으로 줄 그어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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