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책

(21)
장보영 <아무튼, 산> 카페에서 앞에서는 대봉이가 작업하고 나는 을 꺼냈다. 한없기 가볍지만 마음에 무언가 따뜻한 열기를 한꺼풀 채워가는 게 시리즈의 매력일까. 은 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작가가 출판사 편집부에 취직해 쳇바퀴같은 삶을 살다 주말에 등산을 시작하게 되면서 에너지를 얻는, 그러면서 산과 사랑에 빠져 '산'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의 책이다. 산(山)사람과 산(生)사람 사이을 농밀히 오가는 작가의 재치가 재미있었다. 내가 조금만 더 산에 관심이 있었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작가가 산에 대한 다른 주제로 책을 또 내주길 바랐다.
박정훈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이 글을 빌어 고해성사하자면, 나는 마초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을 극도로 혐오한다. 남중, 남고, 군대에서 부터 첩첩 쌓아온 혐오감은 극단의 분노로 폭발해왔다. 직접적인 가해를 하진 않았지만 뒤통수를 보며 죽여버리고 싶다고 욕했다. 미안했다 나를 거쳐간 남성들아. 너희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대한의 건아인데. 이 책을 읽고 나의 폭력에 가까운 극단적인 횡포가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이미 이게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에게 페미니즘 책을 좀 읽게 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재밌고 굵직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일종의 반성이다. 그러니까 시중에 나온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쓴 서적들 같이 무언가 어떻게든 규정하려하고, 자신들의 페미니즘 선..
유진목 <연애의 책> 이슬아 작가님의 서평집 를 읽다가 조우한 유진목 시인의 을 대차신청으로 대출해 읽었다. 시집을 완독하는 일이 드문 나는 오랜만에 끝까지, 깊은 마음으로 읽은 시집이라 이렇게 글을 남긴다. 필사를 하고, 묵독을 해보고, 낭독을 하고, 울다가 너무 좋아 이렇게 활자로 남기는 낯선 마음이 이 시집을 읽는 내내 울렁였다. 미경에게 햇빛이 거미줄처럼 하얗게 투시되고 마당에서는 새로운 생명의 전주곡이 울려 퍼지고 있어 또 다시 맞는 새로운 하루가 달아날 기미를 보이는 이 아침 미경도 생기 넘치는 아침을 맞이하겠지 대천에 있는지 서울에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편지도 못하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27일에 우리 집으로 오렴 정인이랑 정희는 일요일엔 항상 만나고 있어 그날 덕수궁 미전을 관람하기로 했단다 ..
김하나 <말하기를 말하기>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은 말을 할 수 없기에 찾아온다. 의미와 경계. 한 줌 언어의 납작한 정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침묵이 촘촘히 들어찬다. 저 낮은 곳에서부터 침묵은 마침내 흐르기 시작한다." 평소 이동 중에 나는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다. 주로 책과 관련해서 듣는데 꾸준히 듣는 구독은 김겨울의 , 김하나, 오은 , 격주 일요일마다 김이나 를 듣는다. 팟빵 어플로 다시듣기를 하기 때문에 음악 저작권으로 굳이 라디오로 들으려고 하지 않고, 오디오북이나 낭독은 자기 전 고요한 상태에서 집중해서 듣기에 대중교통에서는 듣지 않는다. 김하나 작가님은 으로 알게 됐으며 이 책은 나와 대봉이가 알고 있는 한 블로거 분이 책에 나왔다길래 알게됐다. '누룽지 총각' 으로 등장한 그 분인데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아름..
이슬아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초여름이 오기 전 은주에게 선물받은 책을 한여름에 읽었다. 이렇게 늦게 읽을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는 벗이 선물해서 아껴 읽고 싶었다. 은주는 을 선물해준 내 독서인생의 귀인이다. 어쩌면 가장 내 취향을 잘 알 벗인 은주에게 이 글로 다시금 고맙단 말을 전한다. 이슬아 작가님의 는 서평집이다. 작가님이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연결지어 쓴 글모음이다. 그래서 여타의 서평집보다 말랑말랑하고 개성있다. "양다솔은 종종 그런 말을 했다. 자기가 가만히 있으면 얼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자기에게 말을 걸거나 다가오거나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이 자동으로 등장하는 일은 세상에 없다고." "(중략) 그런 점에서 모든 글은 필연적으로 픽션일 수밖..
그랜트 스나이더 <책 좀 빌려줄래?> 겨울서점님 인스타그램 (@writerwinter)에서 진행했던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돼 받게된 그랜트 스나이터의 를 읽었습니다. 겨울님께서 "애서가들의 힐랭책" 으로 추천하셨는데 정말 그 표현이 적격이더라구요. 읽는 내내 책을 사랑하는 저자의 따뜻한 애정을 느꼈습니다. 한편 제가 '애서가' 인지 고민해보게 된 책이었습니다. '애서가' 가 별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무엇을 사랑하는 일을 가벼운 마음으로 치부하고 싶지 않고 싶어요. 좀 더 깊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윌북(@willbook_pub) 측에서도 이벤트 진행 관련해서 친절하게 응대해주셨습니다. 곧 책을 전하는 일에 기분 좋은 환함을 받았습니다. 좋은 출판사라고 단번에 느꼈습니다. 윌북의 안녕도 같이 바라겠습니다. 책에서 가장 공감된 구절이었습니다. "아..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중략) 부모가 우는 걸 보는 것은 정말로 무섭지. 어른들이 유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로 무서워...... 그 생각을 하다가 화수와 우윤을 보니 둘 다 비슷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했다. 말해지지 않는 것들로 우리는 연결되어 있지. 이럴 때는 무척 가족 같군. 세 사람은 그렇게 눈빛을 주고받았다." [, 정세랑, 2020, 문학동네, p. 297]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 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 정세랑, 2020, 문학동네, p. 331] 는 문학동네 웹진 "주간 문학동네"의 창간을 알게..
요조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떡볶이』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떡볶이를 다룬 책. 떡볶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딱히 싫어하는 사람 없는 둥글둥글한 음식. 이 책의 첫인상은 떡볶이와 닮았다. 둥글둥글. 버스에서, 기차에서 후다닥 읽으려고 들고 온 책인데 읽는 내내 펑펑 울었다. 나와 닮은 문장 앞에 서서 멀리서 비추고 있는 저 몸짓이 서글펐다. 이 마음이 슬픔일까. 슬픔과 감동 사이를 오고 가는 묘한 감정이 왈칵 쏟아졌다. 울렁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옆에 앉았던 엄마의 손을 꼭 쥔 채로 눈물을 참느라 애썼다. "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다지 훌륭하지 않더라고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사십 년 ..
이수희 <동생이 생기는 기분> 민음사 TV를 열심히 보는 구독자로서 『동생이 생기는 기분』의 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후루룩 읽었는데 꽤나 울림이 커 이렇게 또 기록을 한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은 이수희 작가님과 10년 터울인 동생 이수진 님의 이야기를 엮은 만화다. 나처럼 나이 터울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더 큰 공감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읽는 내내 누나들의 얼굴을 대입해 읽었다. 이 책 자체애 대해 얘기하고 싶은 점은 작가가 자신과 동생의 관계를 "친구같은 사이좋은 남매"로 규정하는 걸 거부하는 게 인상 깊었다. 가족 일은 정말 가까운 사이 아니고서야 (가까운 사이여도) 털어놓기 힘든데,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분명하게도 그러한 용기가 주는 감동과 현실..
김영화 만화, 김정선 원작 <만화 동사의 맛> 나는 김정선 작가님의 『제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읽고 꽤나0 큰 충격을 받았었다. 교정 교열 프리랜서로 활동한 저자의 통찰은 "적의를 보이는 것들"에 의식하게 만들며 나의 언어생활을 뒤바꿔 놓았다. 이번에 읽은 '만화『동사의 맛』'은 김정선 작가님의 『동사의 맛』을 원작으로 김영화 만화가님께서 다듬은 작품이다. 이번에도 역시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중고 서점에서 구매한 이 책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사실 동사를 공부하려고 산 책인데, 공부를 위해 이 책을 고민하는 독자는 김정선 작가님의 원작이 더 도움이 될 거 같다. 만화는 원작의 인물에 양감을 더해 더 몰입하게 하면서 동사의 결까지 챙기는? 어쨌든 두 작품 모두 좋다. 사실 원작을 안 읽어봤지만 당연히 좋을 거라 감히 확신한다. '해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