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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

이수희 <동생이 생기는 기분>

 

 

 민음사 TV를 열심히 보는 구독자로서 『동생이 생기는 기분』의 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후루룩 읽었는데 꽤나 울림이 커 이렇게 또 기록을 한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은 이수희 작가님과 10년 터울인 동생 이수진 님의 이야기를 엮은 만화다. 나처럼 나이 터울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더 큰 공감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읽는 내내 누나들의 얼굴을 대입해 읽었다.

 이 책 자체애 대해 얘기하고 싶은 점은 작가가 자신과 동생의 관계를 "친구같은 사이좋은 남매"로 규정하는 걸 거부하는 게 인상 깊었다. 가족 일은 정말 가까운 사이 아니고서야 (가까운 사이여도) 털어놓기 힘든데,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분명하게도 그러한 용기가 주는 감동과 현실감이 있었다. 어떻게 한 지붕 아래 몇십 년을 살며 하하호호 살아가는가. 숱한 싸움을 겪으면서 때로는 묻고, 부딪히고 방치한 채 살아가지 않는가. 그런 현실적인 지점까지 모두 포함하는 게 정말 동생이 생기는 기분이 아닐까 자문했다.

 그점에서 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우리 가족은 큰 누나와 작은 누나 그리고 넘사벽의 터울로 내가 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누나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누나의 고등학교 졸업식 날과 내 초등학교 졸 입식 날이 같았다. 스물셋인 나는 자주 누나에게 부채감을 느끼고 살고 있다. 우당탕 사고뭉치 우찬이 뒤치다꺼리는 누나들의 몫으로 남겨둔 과거의 나를 힘껏 꿀밤 때리고 싶다.  중2병, 지지고 볶고 살았어도 분명 나를 만든 건 8할이 누나들이었다. 실질적 양육자이자 보호자로 어린 나이에 동생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애가 더 어린 아기를 보는 게 얼마나 미숙하고 위태로운가. 막연히 동생이 갖고 싶었던, 동생이 있으면 잘해줄 거라고 착각한 내가 우습다. 나는 천성이 천덕꾸러기 막둥이임을 다시금 느꼈다.

  책의 마지막을 덮고 일본에 있는 큰누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애살스러운 성격이 못돼 에둘러 마음을 표현해봤다. 집에 있는 작은누나에겐 내가 태어났을 때 뭐 했는지, 내 옹알이를 기억하는지 물어봤다. 생생한 누나의 과거는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과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런 용기는 이 책이 만든 효용성이다. 말 한마디 먼저 건네 보는 대담함을 이 책으로 시작해볼 수 있겠다.

 

누나 미안! 진짜로 장가는 못가.
우리집 가족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