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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

박민정 <미스 플라이트>

 

 이 책을 읽는 내내 고등학교 때 어름어름 아는 애가 생각났다. 내가 살고 있는 진해는 군사도시다. 군인이 도시의 자산이자 주축인, 도시가 아닌 일종의 주둔지다. 나의 부모님은 머리에 계급을 달지 않고 살았기에 아버지가 어디서 근무하는 누군지는 중요치 않았다.
 고등학교 삼학년, 교무실에서 수시 상담을 받을 때였다. 담임선생님과 전략을 도모하는 가운데 당시 특별반 (성적 우수 학생들만 모아 3년 내내 운영한 이과반) 학생인 A도 함께 상담을 받았다. 한참을 심각한 얼굴로 말 하전 A와 A의 담임 사이 말이 끝난 뒤, 멀쓱하게 차려입은 A 부모님이 오셨다. A 아빠는 해군 스타였고 전용 차와 기사가 있는, 해군 아파트에서 가장 높은 층에 살게 만든 그런 사람이었다.
 옥신각신 부모님과 상담을 마치는 와중에 아버지가 부사관이신 내 친구 B가 A 얘기를 해줬다. 해군 관사에 살면 아버지 계급에 따라 눈치가 보인다고, 웃긴건 같은 학년 같은 학교 똑같이 왔는데 부모 계급에 따라 누구와 놀고, 놀지 말지를 부모의 은근한 압력이 있다고. 아마 별을 달고 태어난 A가 먹은 김치는 누구 어머니의 솜씨고, 걔가 신은 깨끗한 운동화는 다른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거라고 했다.

 끔찍하다고 느꼈다. A에게 미안하지만 걔 아빠가 다른 아저씨들을 발로 차고 때리는 상상을 했다. 너무 기형적이라고 생각한 이러한 모습이 이 소설의 주된 배경이다. 단지 이 작품에서 그칠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위태로운 시선이다. 작품 속 '유나'가 착해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