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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

이슬아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은주가 생일선물로 준 '어쩌다 책방'에서 출판한 이달의 작가본! 이슬아 작가님이 직접 그리신 표지다.

 


초여름이 오기 전 은주에게 선물받은 책을 한여름에 읽었다. 이렇게 늦게 읽을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는 벗이 선물해서 아껴 읽고 싶었다. 은주는 <모순> 을 선물해준 내 독서인생의 귀인이다. 어쩌면 가장 내 취향을 잘 알 벗인 은주에게 이 글로 다시금 고맙단 말을 전한다.
이슬아 작가님의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는 서평집이다. 작가님이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연결지어 쓴 글모음이다. 그래서 여타의 서평집보다 말랑말랑하고 개성있다.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이슬아, 헤엄, 2019, p.97]

 

"양다솔은 종종 그런 말을 했다. 자기가 가만히 있으면 얼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자기에게 말을 걸거나 다가오거나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이 자동으로 등장하는 일은 세상에 없다고."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이슬아, 헤엄, 2019, p.125]

 

"(중략) 그런 점에서 모든 글은 필연적으로 픽션일 수밖에 없는 듯했다. 우리는 일기를 쓰면서도 자기 자신을 속이곤 한다. 수필이야말로 자기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왜곡하고 농담하는 장르이다."

이번 책 역시 위의 문장만 좋았던 것이 아니다. 정말 많은 책의 귀퉁이가 접혔다. 감히 이슬아 작가님을 따라해보려고 연구해볼까 생각했던 과거의 내가 우습다. 사랑과 진심이 묻은 글을 도마 위에 두고 해체하려고 하는 모순. 심지어 어설픈 풋내기 학부생인 내가 뭘 안다고 까불었는지. 그냥 이슬아 작가님 글이 너무 좋다. 오래오래 읽고 싶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 이슬아 작가님 문장보다 더 좋은 글이 있었다. 이슬아 작가님이 인용한 다른 작가님의 시다. 유진목 시인님의 <연애의 책> 에 수록된 '미경에게' 라는 제목의 산문시다. 이슬아 작가님은 시의 화자를 보고 느꼈던 감정을 작가의 어머니인 복희씨에게 쓰는 편지로 시를 인용했다.

 

 


새벽에 가만히 눈으로 시를 묵독했다. 필연적으로 낭송했다. 마음이 저렸다. 화자가 얼마나 절박한 마음으로 '미경'에게 편지를 적었을까. 그 절박한 환경으로 내몰았던 70년대의 여성, 노동자, 서울, 재경집단의 성격이 가지는 특징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왈칵 눈물이 났다. 하염없이 몸이 떨려서 휴지로 두 눈을 지긋이 눌렀다. 한 편의 시를 읽고 주체할 수 없이 운 적이 처음이었다. 그저 시를 읽고 특정한 감정을 느꼈던 적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지나치게 감수성이 예민한걸까. 약 기운에 우울해서 그런걸까. 눈물이 많아진걸까. 추측을 곱씹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 다시 책을 펴 시를 묵독했다. 여전히 마음을 울린다. 필사를 하고 자야겠다. 이 시를 알게 된 것만으로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가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 서평집으로써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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