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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덧니가 보고 싶어> 현 한국문단에서 가장 참신한 발상을 지루하지 않게 전개할 수 있는 만담가라고 소개하고 싶은 소설가. 감히 이렇게 한낱 학부생인 내가 표현하는게 뒤넘스러운 정세랑 작가님의 를 아주 재밌게 읽었다. 는 헤어진 연인인 사이인 사설 경비요원 '용기'와 소설가 '재화' 사이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엮은 장편소설이다. 재화가 용기를 생각하며 쓴 작품의 한 구절은 용기 몸 구석에 타투처럼 나타나며 둘 사이를 연결하게 되고, 이런 기이한 체험과 모종의 사건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길?? (스포방지..) 보다 분량도 서사의 무게도 가벼워서 금방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장편소설이라, 요즘 같이 집에 있으며 지루할 시기 읽기 좋은 책인 거 같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지루한 여백이 긴 시간 이어진다면 분량이 ..
김금희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소설에서 이상이 날자, 날아보자고 한 마지막 대목은 일종의 갱신이었을까. 무참한 패배였을까. 나는 이 일이 있고 나서 어려서부터 가졌던 그 의문을 다시 떠올렸다. 그것은 마치 예상치 못한 혼란이 지나고 난 뒤의 지금의 나처럼 환멸과 분노. 기대와 희망이 뒤섞인 "정오"의 "환란" 같은 상태였겠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은 아침부터 내내 닦아놓은 층계참을 바라보는 내 가족의 자부에서 노동의 자세를 배운다." 좋아하는 작가의 산문은 이따금 삶의 단면을 바다 위 윤슬처럼 반짝반짝 조명한다. 지루한 권태가 제법 그럴싸한 날들로 둔갑하는 언어는 금세 휘발된다. 김금희 작가님의 언어는 담백하다. 어쩌면 지나치게 솔직하다고 느껴졌다. 왜 주위에 그런 사람 본 적 있지 않을까. 너무 착한데, 너무 솔직해서 다가가기 어려..
백수린 <여름의 빌라> 백수린 작가님은 으로 만난 내 최애작가님 중 한 분이다. 이번에 단편소설집을 출간하셨단 소식에 부리나케 구매했다가 밀려들어 오는 업무에 쉬이 읽지 못했던 글들을 최근에 모두 읽었다. 역시나 모든 작품이 좋았다. 내가 느끼는 백수린 작가님의 형태론적인 특징을 꼽자면 1) 이국적인 배경 2) 개인의 좁은 세계의 탈환, 탈피의 메타포 3) 무정(無情)한 문체인 것 같다. 1)번의 경우 이국이 아닌 , -역시 구체적인 국내 지명이 드러나있지는 않지만- 낯섦과 낯익음을 동시에 환기하는 공간성을 가져오는 녹록함이 너무 인상깊었다. 2)번은 평론에서 빌려온 말이다.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인물들이 개인의 외연이든 내면이든 좁은 세계에서 탈환하는 것을 시도 또는 목표로 서사는 나아간다. 이는 3)번과 연결되는데, 한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