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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영 <아무튼, 산> 카페에서 앞에서는 대봉이가 작업하고 나는 을 꺼냈다. 한없기 가볍지만 마음에 무언가 따뜻한 열기를 한꺼풀 채워가는 게 시리즈의 매력일까. 은 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작가가 출판사 편집부에 취직해 쳇바퀴같은 삶을 살다 주말에 등산을 시작하게 되면서 에너지를 얻는, 그러면서 산과 사랑에 빠져 '산'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의 책이다. 산(山)사람과 산(生)사람 사이을 농밀히 오가는 작가의 재치가 재미있었다. 내가 조금만 더 산에 관심이 있었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작가가 산에 대한 다른 주제로 책을 또 내주길 바랐다.
박정훈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이 글을 빌어 고해성사하자면, 나는 마초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을 극도로 혐오한다. 남중, 남고, 군대에서 부터 첩첩 쌓아온 혐오감은 극단의 분노로 폭발해왔다. 직접적인 가해를 하진 않았지만 뒤통수를 보며 죽여버리고 싶다고 욕했다. 미안했다 나를 거쳐간 남성들아. 너희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대한의 건아인데. 이 책을 읽고 나의 폭력에 가까운 극단적인 횡포가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이미 이게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에게 페미니즘 책을 좀 읽게 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재밌고 굵직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일종의 반성이다. 그러니까 시중에 나온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쓴 서적들 같이 무언가 어떻게든 규정하려하고, 자신들의 페미니즘 선..
유진목 <연애의 책> 이슬아 작가님의 서평집 를 읽다가 조우한 유진목 시인의 을 대차신청으로 대출해 읽었다. 시집을 완독하는 일이 드문 나는 오랜만에 끝까지, 깊은 마음으로 읽은 시집이라 이렇게 글을 남긴다. 필사를 하고, 묵독을 해보고, 낭독을 하고, 울다가 너무 좋아 이렇게 활자로 남기는 낯선 마음이 이 시집을 읽는 내내 울렁였다. 미경에게 햇빛이 거미줄처럼 하얗게 투시되고 마당에서는 새로운 생명의 전주곡이 울려 퍼지고 있어 또 다시 맞는 새로운 하루가 달아날 기미를 보이는 이 아침 미경도 생기 넘치는 아침을 맞이하겠지 대천에 있는지 서울에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편지도 못하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27일에 우리 집으로 오렴 정인이랑 정희는 일요일엔 항상 만나고 있어 그날 덕수궁 미전을 관람하기로 했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