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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11-신호등이 점멸한다 신호등이 점멸한다 21세기 고양이를 찾습니다보드라운 털 둥글한 엉덩이와 코 쥐는 못 잡구요 이름은 몰라요 아마도 야옹이…이곳이 고향입니다 1868년 신호등이 데뷔했다.고양이는 번쩍거리는 불빛을 보며 생애 처음 나비 꿈을 꾸고그것이 감히 안전하다고 착각하여함부로 야옹 어리석게 야옹 인류는 붉은 광휘를 발명하고객사에 둔감하지 말기로 합의했다.죽음을 비추는 불빛이 길 위를 수놓으며 이제서야 도로 위에서 부끄럽게 죽지 말자고 서로를 다독였겠지 부끄럽게 죽어버린 존재가 일차선에 裸身으로 대놓고 서 있는데 점멸하는 신호등 불빛은 건방지게 왈츠를 추고 야옹 야옹 전멸하는 생의 외침
습작 10-새해 새해 베란다 실외기 모서리 끝에 누군가 둥지를 트고 있어 까막까치도 집을 샀대요. 왱왱 시끄럽게 돌아가는 굉음 사람이 뿜는 마찰음과 파찰음 참새가 없어진 방앗간을 찾다 죽어서 짹- 소리를 냈다. 까치야 네 설날은 어저께였다지? 참새야 황새 쫓다 가랑이 찢어질라 날지도 못하는 닭은 어떻게 십이간지가 되었니? 올해는 까마귀와 제비 사이에서 헷갈리지 않을게 다정하고 무정한 안부의 신년사. 시트러스 향 자음 쇼팽의 모음 따뜻해진 기류는 철새를 간지럽히고 새해는 새만이 듣는 해.
습작 9-물 위에 수놓은 언어 물 위에 수놓은 언어 유리알 거짓말을 명조체가 아니라 고딕체로 썼다 21세기의 모험 조판의 세계 가름끈은 어디에 둘까? 아버지는 내 이름을 모르고 맴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