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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

박정훈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박정훈, 내인생의책, 2019, p. 98]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박정훈, 내인생의책, 2019, p. 122]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박정훈, 내인생의책, 2019, p. 142]

 

 

 

 

 

 이 글을 빌어 고해성사하자면, 나는 마초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을 극도로 혐오한다. 남중, 남고, 군대에서 부터 첩첩 쌓아온 혐오감은 극단의 분노로 폭발해왔다. 직접적인 가해를 하진 않았지만 뒤통수를 보며 죽여버리고 싶다고 욕했다. 미안했다 나를 거쳐간 남성들아. 너희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대한의 건아인데. 이 책을 읽고 나의 폭력에 가까운 극단적인 횡포가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이미 이게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에게 페미니즘 책을 좀 읽게 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재밌고 굵직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일종의 반성이다. 그러니까 시중에 나온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쓴 서적들 같이 무언가 어떻게든 규정하려하고, 자신들의 페미니즘 선언으로 여성들에게 추앙받는 걸 저자는 거부한다. 한국에서 젠더 권력이 위계가 나눠지고, 그 차이가 남성이 우위에 있는 지를 명증히 설명한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저자의 말은, 남성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노력은 여성의 마이크를 뺏는 게 아니라, 남성 군집에서 같은 남성 구성원을 페미니즘 진영으로 속속들이 빼내 오는 일이라는 것. 맛집 데려오듯 구슬리고 타일러서 데려오는 일을 여성이 맡는 게 아니라 같은 남성이 해야 해야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 책에 나오는 "한남" 들의 모습이 진짜 가까운 내 지인과 닮아서 깜짝 놀랐다. "여성과 소수자 (성소수자, 장애인, 비건, 다문화가정 등 집단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구성원이 소수인) 의 권리도 중요한데~" 라고 말한 그 사람? 그 분? 어떻게 말해야 그 사람( 그 사람은 내 티스토리를 볼리 없지만) 을 써방할 수 있을까,,, 어쨌든! 자기 인권 자기가 챙겨야지라고 말하면서 군 인권, 군 문제는 한 없이 투덜거렸던 그 사람에게 이 책을 정말 내 돈주고 사주고 싶다. 군대 인권? 군인이 챙겨야지~~ ^^. 

 그리고 겨울님이 쓰신 추천사도 너무너무 좋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추천사까지 놓치지 말고 한번 읽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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