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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기

초여름이 왔다.

 며칠 사이 봄을 끝내는 비가 주르륵 내렸다. 비 오는 날은 그날이기에 좋은 거 같다. 빗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온몸을 던져 비를 흠뻑 맞지도 않지만... 나는 비 오는 걸 좋아한다. 황인숙 시인의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또는 장수진 시인의 <사랑은 우르르 꿀꿀> 같은 시를 만나게 하니까.

 그래도 어제는 날씨가 쨍하게 맑았다. 초여름에서 이제 여름이 된 것만 같은 더움. 바삭하게 따뜻한 날씨었다. 6월은 보통 무언가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물론 이 역시 대학생의 생활에 한정해서 말하는 것이지만. 종강을 앞두고 미룬 일과 연구를 성급히 맺어야 해서 요즘 정말 말도 못하게 바쁘다. 바쁘다라는 표현이 괜시리 쑥스러워서 자못 안 쓰는데, 그래도 요즈음의 나는 정말 바쁘다. 내가 마감해야 하는 일들은 아래와 같다.

 

1. 현대소설론 2차 발표문 

2. 문예창작론 단편소설

3. 기말고사 준비

4. 창원시 시민의식 연구안 작성 및 최종보고서 제출

5. 모의 연구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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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에서 방금 1. 현대소설론 발표문을 마감했다. 억울한 마음인게, 내가 습관적으로 미뤘던 건 2나 3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마감해야 할 것들만 미뤘고, 그 외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면 미루지 않고 기한 내 뚝딱뚝딱 작성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아 따뜻하다거리니. 내 입장에선 퍽 억울한 일이다. 주로 무엇을 연구하고, 비평하는 글을 쓰다 보니 요즘 읽는 책도 9할은 논문과 비평서, 이론서다. 읽고 싶은 시집과 화집이 있는데 언제 읽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바쁨 속에서 나는 아주 확실한 결정과 관련해 짜르르 필이 왔다. 직감했다. 절대로 현대소설로 대학원을 가지 않을 것. 현대소설이야 말로 인풋은 엄청난데ㅡ실상 그 연구는 정말 어려운 거 같다. 마음만 맞으면 소설의 서사를 파헤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우겠는가. 나는 마음의 주피수가 소설과는 다른 사람인가 보다. 

 요근래 대학원 진학도 준비하니, 주위에서 왜 현대시를 전공하려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 내가 현대-시를 줄기차게 읽는 것도 아니고(요즘처럼 바쁠 때는 한 달에 한 두 권 읽을까 하다.) 시를 제대로 써본 적도 없지만서도, 그나마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공부란 시란 무엇인지. 왜 시를 쓰는지. 그래서 시가 어떻게 좋은지를 말하는 거 아닐까. 사실 나도 명료하게 말 할 수 없는 생각이라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괜시리 기분이 나빠진다. 물론 그 사람의 의도가 절대 부정적이지 않다는 걸 알지만서도.. 암튼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끝. 너무 피곤해서 지금이라도 자야겠다. 주말이지만 일찍 일어나서 갓생 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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