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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기

0504) 내일은 어린이날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만 연거푸 했다. 문장도 도구라 쓰지 않으면 결국 녹슬고 만다. 벼리고 깨끗이 닦는 마음으로 일기를 써야지. 주먹을 쥐고 다짐했건만 나는 어제까지 너무 바빠서 일기를 쓸 엄두조차 못 냈다. 일기를 일기장에 쓰려고 했다. 근데 논문 때문에 볼펜과 형광펜을 쥐며 깨금발을 드는 내 일상을 또 중지가 아리도록 쓰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타이핑으로 무마해본다. 일기를 쓸 땐 최대한 문장을 간결하게 써 볼 예정이다. 간결한 문장, 쉬운 단어로 일상을 기록해야지.

 

 오늘은 비가 쏟아진 하루였다. 예린이와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 길에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 운전하기 무서웠다. 보통 나는 최대한 집에 일찍 도착하고 싶어 빨리 가고자 노력한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결말처럼 되고 싶지 않아 안전하게 2차선을 타고 왔다. 

 

 다행히도 오늘이 지나면 큰 과제들은 지나가고, 잔잔바리 정리해야 할 업무만 좀 남아 일상에 여유가 생긴다. 최근에 부쩍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조금만 노동/공부를 하고 나면 기절하듯 낮잠을 자야 하고, 자고 나도 뻐근하고, 식욕은 없으나 무엇이든 과식해버리는 기묘한 하루를 연속하고 있다.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한 거다. 삐그덕 삐그덕. 문장도 문장을 쓰는 몸도 결국 도구라는 생각을 한다. 기름칠을 하지 않으면 녹슬고 삐걱거려 쓸 수 없게 되고 마는 소모재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몸을 아끼며 살아가는 건데 그러기 위해선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복근과 가슴 근육을 채우는 일이 아닌 진정으로 기초 체력과 생존 근육이 필요하다. 흐물흐물 두부 같은 몸과 정신. 가뜩이나 허여 멀 건한 내가 오늘 더더욱 두부 같게 느껴진다. 

 

 큰누나가 일본에서 보내준 레몬향 입욕제를 욕조에 풀어 반신욕을 했다. 꽤 오래하고 나니 살결을 매끈해졌지만 온 몸이 흐물거려 슬라임같이 질척거리는 꿈을 꿀 것 같다. 이불을 꼭 덮고 건조한 잠을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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